자동차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우리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내연기관차가 보급되면서 이동 범위가 획기적으로 넓어졌고, 버스·택시·트럭 같은 교통 수단이 생겨나면서 경제 구조와 도시 모습도 달라졌다. 그리고 지금, 자동차 산업은 또 한 번의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자율주행차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스스로 달리는 자동차는 공상과학 영화 속 상상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세계 여러 도시에서 실제로 시험 운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도로 위에서도 ‘부분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차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자율주행차 기술은 어느 수준까지 와 있을까?
자율주행 단계에 대한 이해
자율주행차 기술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SAE 국제 기준 5단계다.
0단계: 모든 운전 과정을 사람이 한다. 기존의 일반 자동차다.
1단계: 특정 기능만 보조한다. 예를 들어 차간 거리를 유지하는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경고 장치 등이 해당된다.
2단계: 가속·제동·조향을 동시에 보조한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현대차의 HDA2 같은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다만 운전자가 핸들에 손을 올리고 있어야 한다.
3단계: 특정 조건에서 차량이 모든 제어를 맡는다. 독일에서 벤츠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 승인을 받았다. 고속도로 정체 구간, 시속 60km 이하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4단계: 특정 구역에서는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웨이모, 중국 바이두의 로보택시 서비스가 이에 가깝다.
5단계: 모든 상황에서 사람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아직은 연구와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단계별로 정의해 두면, 현재 기술 수준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상용화 수준
현 시점에서 소비자가 실제로 구매 가능한 차량은 대부분 레벨 2 수준이다. 차선 유지 보조, 자동 긴급 제동,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대표적이다. 고속도로에서 핸들을 살짝만 잡고 있으면 차량이 알아서 차선을 유지하며 달리는 경험을 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레벨 3는 제한적이지만 실제 상용화가 시작되었다. 벤츠 S클래스, EQS 일부 모델이 독일과 미국 네바다 주에서 조건부 자율주행을 허가받았다. 한국도 2023년 법 개정으로 레벨 3 차량 운행을 허용했다. 다만 도심 주행까지 확장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레벨 4 단계는 아직 시험 운행이 중심이다. 미국 피닉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웨이모와 크루즈가 무인 택시를 운영 중이며,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승객은 앱으로 차량을 부르면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전기차가 도착해 목적지까지 태워준다.
핵심 기술 요소
자율주행차가 움직이려면 단순한 카메라 몇 개로는 부족하다. 수십 개의 기술이 결합해야 한다.
센서 융합: 라이다(LiDAR)는 정밀한 거리 측정에 강하고, 레이더는 악천후에도 물체를 감지한다. 카메라는 신호등과 보행자를 구분한다. 초음파 센서는 근접 물체를 확인한다.
인공지능 인식: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딥러닝 알고리즘이 분석해 ‘앞에 있는 것은 자동차, 오른쪽은 자전거, 신호등은 빨간불’이라고 판별한다.
고정밀 지도와 위치 파악: 일반 내비게이션은 수 m 오차가 있지만, 자율주행에는 cm 단위 정확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GPS, IMU, HD맵이 결합된다.
제어 시스템: 인공지능이 내린 판단을 실시간으로 바퀴, 브레이크, 가속 페달에 전달한다. 반응 속도가 수십 ms 단위로 빨라야 한다.
통신 기술(V2X): 차량과 차량, 차량과 도로 인프라가 데이터를 주고받아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대비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
- 안전성
현재 자율주행차 사고가 발생하면 사회적 파장이 크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관련 사고는 수차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AI가 모든 돌발 상황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법과 책임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운전자? 제조사? 소프트웨어 회사? 국가마다 기준이 다르다.
- 인프라 부족
한국처럼 골목이 좁고 이륜차가 많은 환경에서는 인식 오류가 잦다. 차선이 지워진 국도나 GPS 음영 지역에서는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 윤리적 문제
불가피하게 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구를 우선 보호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자율주행이 가져올 변화
자율주행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우리의 생활은 크게 달라진다.
교통 효율 증가: 차량 간 통신으로 급정지와 정체가 줄어든다.
사고 감소: 인간의 졸음·음주·과속 같은 실수를 줄여 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줄 수 있다.
이동권 확대: 고령자, 장애인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물류 혁신: 자율주행 트럭이 보급되면 24시간 무인 운행이 가능해진다.
도시 변화: 개인이 차량을 소유하기보다 자율주행 공유차를 이용하는 형태가 늘어나며, 주차장 수요가 줄고 도시 공간 구조도 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완전 자율주행(레벨 5)은 2035~2040년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레벨 3과 레벨 4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도 고속도로 자율주행, 공항 셔틀 버스 자율주행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대도시 일부 구간에서 무인 택시를 쉽게 볼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차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니다. 지금도 일부 도시는 레벨 4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차량에도 레벨 2~3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물론 안전성, 법제도, 인프라 같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머지않아 ‘운전대를 잡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다. 안전과 윤리, 법적 책임을 함께 풀어가야 자율주행의 미래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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